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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에서 내렸다는데, 자리 옮길겸 지금 나가죠? - 망설임없이 깨끗한 정현의 목소리는 자꾸만 설의 심장을 찌른다. 찌르지마 아파, 아무리 올려다 보아도 자신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는 정현때문에 찔린 심장에서 스물스물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에 젖은 스펀지 마냥 몸이 무거워 일어서는 것 조차 힘겨웠지만 멀뚱이 정현만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는 일행들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듯 입가에 미소를 지은채 몸을 일으켜 세웠다. 느릿느릿, 최대한 시간을 끌고 싶다. 설이 참 좋아하는 등이지만,오늘만큼은 그의 등이 참 밉다. 뻔뻔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에게 이끌려 자신의 사람을 불러야만 했었다. 물론 피하자면 피할수도 있었지만 언제나 이 사람들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고 있는 자신의 사람을 너무나 궁금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무지 피할수가 없었다. 눈을 마주보지도 못하는 주제에 할수 있는 거라고는 뻔뻔해지는 것. 단지 아무렇지 않은 듯 울고 있는 눈을 향해 뻔뻔하게 아무것도 모른척 하는 것밖에 할수는 없다. 결국은 가게앞을 나서자 마자 내 이름을 부르며 할짝 웃는 얼굴로 내 팔짱을 끼는 내 사람을 향해 웃어주며 설의 눈을 피해버렸다. 먼저 가겠다며 돌아서는 그 뒷모습이 내 눈엔 너무 당당해 보였다면 나를 위한 어리석은 착각이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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