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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씨, 이리로 오시라고 하지 그래? 얼굴 좀 보자 - 걸려온 전화 통화를 하는 정현에게 함께 있는 일행중 누군가 말했다.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듯이 남은 일행들 입에서 역시 같은 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설이 말없이 맑은 소주만 입안으로 털어 넣어야 했던 이유는 일행들의 입에서 나온 말 때문이 아니었다. 더 기다리기 라도 했다는 듯이, 아니 설, 자신에게 보란 듯이 이곳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는 정현 때문이었다. 설의 앞에 앉아있는 정호가 따라주는 맑은 소주는 자신의 눈물 같기만 하다. 찰랑찰랑 작은 소주잔에 넘칠듯 넘치지 않고 담긴 맑은 소주는 설의 눈물 이었다. 상 아래로 내려놓은 손가락에 얽혀오는 정현의 손가락이 지금 이 순간은 얼음 같아 손이 시리기만 할 뿐이다.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았다. 눈물이 흐를 것 같다. 누군가 툭, 상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바로 넘칠 듯한 눈물을 단숨에 입안으로 털어넣어 삼켜버렸다. 설의 눈에 차오르기 시작한 물과 함께.
들어버렸어. 얼마전에 그곳에 갔다가 또 다른 우리 기억속에 사람을 만나서 들어버렸어. 솔직하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버렸어. 잘살면 좋았을걸... 사실은 속으로 웃어버렸어. 당신도 알듯이 나 참 못된 사람이거든. 마음속으로 미친듯이 웃어버렸어. 그러다 결국은 마음으로 울어버렸다. 많이 원망했거든. 알고 있잖아. 매일밤 들어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기도하고 또 했어. 당신 잘살면 나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르니깐 당신 잘살지 못하게 해달라고 나 기도하고 또 기도했어 그런데 하나님이 내편인가보다 했어 당신 그렇게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때 당신한테 전화할뻔 했어 - 잘 못산다며? 어쩌다 그랬어? 그럴 줄 몰랐어? 남의 눈에 피눈물나게 하면 결국은 자기도 피눈물 흘려야 하는거 몰랐어? 나 당신 결국은 그렇게 됐다는거 듣고 기분 굉장히 좋았어 또 여자만들었니? 그래서 들켰니? 아님 또 손댔니? 내가 그거 고치라고 했지? 그거 받아주는 멍청한 사람 나 하나 일꺼라고 내가 너 잘살면 가서 확 뒤집을 생각도 했었는데 고맙네 알아서 잘 못살아줘서 - 라고 아니 그보다 더 한 독한말 잔뜩 퍼붓고 싶어서 전화할뻔 했어 당신이 그랬듯이 당신 가슴 헤집고 싶었어 내 손으로 당신 가슴에 커다란 대못 내가 박아주고 싶었어 그런데 당신 동생 나 있는 이곳으로 온다며 당신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니? 나 우연이라도 당신도 당신 동생도 당신 가족도 만나고 싶지 않아 우연이라도 만날까봐 겁난다 나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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